
비대면 속의 외로움
4차 산업혁명, 막연하게 들리던 그 단어가 현재는 코 앞까지 다가와 뼈 속 깊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수업, 비대면 화상, 비대면 유통이 많은 사람들에게 한 층 가깝게 다가와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이 현상이 달갑지는 않을것이다. 음식점에서의 키오스크 주문부터 마트의 셀프계산까지 급변한 세상에 적응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숙제다. 이러한 생활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비대면이 생활화되며 비대면 세상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오히려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19 덕분에 모임이 줄어들어 거리두기는 계속하면 좋겠다는 말까지 있으니.
오늘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내가 외로울 때 외로움으로 위로받았던, 역설적으로 외로움을 사랑하게 만드는 영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외로움을 가지고 있을 때는 같은 외로움이 있는 사람에게 위로를 받듯이. 그녀(her)는 '어바웃 타임'과는 다르게 행복한 타인이 아닌 같이 외로운 타인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받는 영화이다.
외로움을 보여주는 시선
그녀(her)의 감독인 스파이크 존즈는 다양한 영화의 단역과 조연을 한 영화배우이자 영화감독이다. 필모그래피로는 아임 히어, 당신 곁에 잠들고 싶어요 애니메이션까지 약간은 독특한 소재의 영화들을 연출했다.
그녀(her) 역시 독특한 소재의 영화라는 점도 있지만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시대적 흐름에서 사람들이 고민하고 걱정하던 가정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화의 장면의 구도와 색감에서 대비를 통해 외로움을 더욱 느껴지게 한다. 사랑을 알아가는 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가 변화된다는 점도 알고 본다면 영화를 더욱 즐기기 좋은 부분이다.
그녀(her)
편지 대필 작가인 '테오도르'는 아내와 별거를 하며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난다. 사만다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운영체제이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운영체제라는 것에 오히려 편안하게 대화하고 공감을 받으며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든다. 운영체제이기에 언제든, 어디서든 소통이 가능하니 생각보다 더욱 '특별한' 사랑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사만다는 운영체제이기에 '테오도르'에게만 '특별'하지 않다. 사만다는 동시에 여러명을 사랑할 수 있다. 사만다는 "나는 네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이 상황을 이해하기위해 노력하지만 괴롭다. 인간이 운영체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남의 감정을 편지로 표현해주던 자린의 재능을 살려 아내 '캐서린'에게 편지를 쓴다. 열린결말로 '테오도르'와 '캐서린'의 미래는 당신이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진다. 당신은 어떤 결말을 그리고 싶은가?
나는 사만다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판타지가 아닌 현실로 느껴졌다. 그리고 '테오도르'의 외로움이 더욱 짙게 다가왔다. '캐서린'과의 재회는 내가 원하는 열린 결말은 아니다. 하지만 '테오도르'가 다시 인간에게 손을 내밀고 다가가는 것에는 크게 응원한다.
나의 사만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는 사만다의 "난 당신과 달라요. 그것이 당신을 덜 사랑한다는 말은 아니에요"라는 대사다. 이 말이 가진 뜻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나는 사랑의 방식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느꼈다. 사만다는 인간이 아닌 운영체제이기에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없지만, 그것이 한명만 사랑하는 '테오도르'보다 덜 사랑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테오도르'도 운영체제라면 사만다와의 사랑을 비교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과 운영체제의 사랑의 총량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하기에 결국은 이 사랑이 이루어지지않았던 것이 아닐까? '테오도르'의 도심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알아봐주고 토닥여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사만다와 사랑에 빠졌을까? 그녀(her)가 나에게 건네준 말은 그렇기에 그 마음을 서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 그것이다. 인간과 운영체제의 감정은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나의 사만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글을 100년 후, 아니 50년 후에 본다면 코웃음을 칠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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