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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by 은뇸 2022. 4. 17.

찬실이는 복도 많지 포스터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20년 3월에 개봉한 영화로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킬링 타임으로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다. 배우들이 모두 유명한 주연급의 배우가 아니라서 오히려 현실적이고 우리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로 보는 느낌이다. 김상수 감독의 밑에서 오랜 시간 일한 김초희 감독이 본인의 영화를 시작하게 된 사연이 이 영화와 묘하게 겹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찬실'이는 40살의 여자 주인공이다. 집, 결혼, 남자 친구 하나 없이 한 감독 밑에서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아온 영화 PD다. 영화 제작사 대표에게도 칭찬을 받고 직원들도 잘 따르는 일로서 성공한 듯한 찬실이. 그러던 어느 날, 회식을 하다가 갑자기 목숨을 잃고만 감독. 찬실이는 한순간에 실직을 하게 된다. 집도 하나 없는 찬실이는 그렇게 달동네에 있는 한 할머니의 하숙집으로 들어간다. 그 집의 특이한 점은 가운데 방은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 방에는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한 감독과만 일했던 찬실에게 다른 일이 들어오지 않아 우연한 기회로 친했던 배우 '소피'의 가정부로 취업한다. '소피'는 기타, 막걸리 배우기, 불어 등 다양한 공부를 한다. 그중 '소피'의 불어 선생님 '김영희'는 단편 영화감독이다. 인상이 좋고 같은 영화계의 사람이라는 점에서 찬실이는 영희에게 호감을 얻었다. 찬실이는 꿈에서 영희와 포옹을 하는 꿈까지 꾼다. 포옹을 하고는 "10년 만에 남자 처음 안아봐요. 더 세게 안아주세요"라는 말이 찬실이의 귀여운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일을 구하러 간 찬실이는 영화사 대표에게 일 제안도 거절당하고 기분 나쁜 말들도 듣는다. 지친 마음으로 하숙집에 들어간 찬실이는 "영화 만드는 게 무슨 일인데?"라고 질문하는 할머니에게 "저도 이제 모르겠어요"라고 답한다. 허탈감과 지금까지 달려온 본인의 인생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 드는 찬실이. 

딸이 없어지니 글을 읽어줄 사람이 없어서 한글을 배우고 있다는 할머니. 할머니의 한글 공부를 도와주며 찬실이와 할머니는 가까워진다. 할머니는 딸이 쓰던 가운데 방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한다. 딸의 방에는 영화와 관련된 물건들과 귀신 '장국영'이 있다. 귀신같지 않은 귀신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하며 본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러다 영희에게 커져버린 마음을 고백하고자 하는 찬실이. 데이트를 하면서 마음에 확신을 가지고 고백하지만 결국은 거절당하고 상처받은 찬실이. 그런 찬실이에게 귀신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찬실이는 깊은 고민 끝에 본인의 삶에는 결국 영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후, '소피'가 찬실이의 노트북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 노트북에는 찬실이의 영화 시나리오가 나오고, 그 영화를 귀신이 보면서 마무리된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

찬실이는 시를 써오라는 숙제를 받은 할머니를 도와주기 위해 할머니의 시를 읽어본다. 할머니의 시는 한 줄로 끝난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한 줄의 시를 읽고 펑펑 우는 찬실. 이 한 줄의 시에 할머니의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짧은 시간이지만 실직부터 실연까지 많은 변화를 겪은 찬실이에게 그 시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해 준 것일까? 나는 이 시를 읽고 우는 찬실이와 그런 찬실이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사이가 하숙집 주인과 손님의 관계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두 사람이 만남으로서 아픔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고 느꼈다. 딸에 대한 아픔을 말하고 가운데 방을 공유할 수 있게 된 할머니. 그리고 영화에 대한 아픔을 들여다보고 영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응원을 받은 찬실이.

 

열심히 살던 인생을 멈추고 본인의 인생을 들여다보았을 때 하나의 후회도 남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후회들 속에서도 나의 인생이 괜찮았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면 그러한 나의 인생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면서 과거와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우리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위로를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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